전자책목록

전체 856건(7/96 페이지)
전자책 목록 수 변경영역
  •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커버이미지)
    [인문]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
    • 김소울 지음
    • 믹스커피
    • 2024-02-19

    “나는 마음을 돌보러 미술관에 간다”흩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위로하는 미술 치유 이야기고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느냐고, 어떻게 사는 게 맞느냐고, 마음은 왜 이리 힘드냐고, 흩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을 순 없느냐고. 누가 또는 무엇이 알맞은 답을 건넬 수 있을까. 현자가 답을 줄 수 있을까, 돈이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영혼을 살찌우고 치유하는 미술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나를 안아주는 그림 나를 치유하는 미술』은 현실에 두 발을 디딘 일상과 영혼을 치유하는 예술이 만나는 지점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미술’과 ‘심리학’의 결합에서 시작했다. 심리치료의 일종인 ‘미술치료’가 주된 소재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국 미술치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가 위대한 화가와 미술 작품들 이야기로 지치고 괴로운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고자 한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보여주거나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치료하는 미술치료사다. 사람들은 그에게 인생을 묻는다. 그림 한 장을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묻는 것이다. 그림에는 수많은 이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어 감상하는 이가 스스로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들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이 삶의 어떤 부분과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며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미술관에서 보살피는 마음마음이 회복되는 미술관저자는 다양한 그림을 여러 심리적 요소와 함께 설명하고자 했다. 다만 그림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방식의 해석과 설명은 곁들이지 않았다. 각자 받아들이는 과정이 다르고 그 과정이 모두 의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지점이 이 책의 핵심이다. 신화, 문학 속 이야기를 그림의 주제로 자주 등장시킨 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작품들로 ‘좋은 세계’라는 심리 요소를 설명한다. ‘좋은 세계’는 개인의 욕구와 소망이 충족되는 내면 세계를 의미하는데, 워터하우스의 <샬롯의 여인>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판도라> 등에서 좋은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의 다섯 가지 욕구들(생존, 사랑, 재미, 자유, 힘)을 엿볼 수 있다.사람의 마음은 일정 수준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상처 입고 좌절하고 실망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힘을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러시아 화가 마리 바시키르체프의 <절망>을 보면 마이너스의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지만,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의 <큰 나무 아래에서의 아침 식사>를 보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생활하며 회복탄력성을 성장시켜 플러스의 감정까지 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워홀에게서 오리지널리티를 살피고클림트에게서 가치관을 엿본다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심리 연습의 일환으로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전한다. 앤디 워홀, 빈센트 반 고흐, 에드바르 뭉크, 김지애,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등의 작품 세계를 통해 통제위치, 애착, 어포던스 등의 심리 개념을 살펴본다. 2부는 나를 자극하는 부정적 감정들이 주를 이룬다. 레메디오스 바로, 크뢰이어 부부, 루이스 웨인, 카라바조, 프란시스코 고야 등의 작품 세계에서 그림자, 고갈, 가스라이팅 등의 부정적 심리 개념을 들여다본다. 3부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들과 나에게 잘해주는 일상의 행동들을 전한다. 프레데릭 레이턴, 귀스타브 쿠르베, 윌 코튼,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의 작품 세계에서 잠, 쉼, 음식, 글과 관련된 심리적 요소들을 살펴본다. 4부에선 성숙한 삶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삶을 가득 채우는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르네 마그리트,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폴 고갱, 호아킨 소로야, 구스타프 클림트 등의 작품 세계를 통해 회복탄력성, 마인드 미니멀리즘, 현재성, 가치관 등의 긍정적 심리 개념을 엿본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를 지키는 관계의 기술 -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당한 거리를 만드는 명쾌한 방법 (커버이미지)
    [인문]나를 지키는 관계의 기술 -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 적당한 거리를 만드는 명쾌한 방법
    •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 지음, 신혜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02-19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인간관계의 ‘안전거리’“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가족 서사가 있다.모든 인간관계의 잘못된 패턴은 이 가족관계로부터 비롯된다”《나를 지키는 관계의 기술》은 전문적이면서 대중적인 북미권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의 책이다. 지금까지 2023 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올라와 있으며, 미국 아마존 심리치료 분야 1위, 전체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DRAMA FREE》로 ‘드라마 프리’라는 말은 남들과 문제를 잘 일으키지 않고, 성격적 문제가 많지 않은 사람, 인간관계에서 받는 자극들을 지극히 확대해석하지 않아 감정 과잉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대인관계가 원만한 사람을 일컫는다. 인간관계는 우리의 정신 건강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다.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하고 우리를 치유해주기도 하는 인간관계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의 정신적, 정서적 건강에 영향을 준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는 부모와 형제자매를 포함하는 가족과의 관계이다. 가족관계 안에서 설정된 포지션과 그 관계망 안에서 배운 대처방식은 한 인간의 발달과정과 성인이 된 이후 만들어가게 될 모든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가족관계에는 가장 흔한,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가 포함되기도 한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이후로도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함께 하는 가족관계에 역기능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세상의 유일한 법칙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성장하여 집 밖으로 전혀 다른 세상에 나아가면 어떻게 보일까?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의 허점이 보이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잘못 설정된 관계가 비판적으로 보일 것이다. 모든 가족에게는 사연이 있다. 가족이란 자신감을 키워주고 삶의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견고한 토대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짐처럼 느껴지는 고통, 상처, 갈등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영상과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심리적 정서적으로 방치된 트라우마, 어린 시절 경험과 얽혀 있는 부모와의 관계 문제와 형제자매 및 주변 가족과의 관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적 주제는 요즘 들어 더욱 핫한 주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심리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국내에서 이 책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 이 책은 저마다 조금씩 가지고 있는 가족의 역기능적인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해결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 역기능 가족 패턴을 식별하고 악순환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도록 명확한 조언을 제공한다. 가족 안에서 익숙하게 목격하고 견뎌왔던 것들을 직면하는 일은 두려울 수 있다. 그래서 사랑과 의리라는 이름으로 회피하거나 경시하곤 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가족관계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맺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에 끊임없이 영향을 끼친다. 가족에서 나아가 연인, 친구, 동료, SNS 등 다양한 관계에서 삶의 중심이 내가 아닌 타인이 되면 자기희생은 점점 커지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기결정권을 되찾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관계를 바로 세우려면 관계의 ‘안전거리’가 꼭 필요하다. 이 책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가족에서부터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무엇보다 나를 돌보며 건강하게 잘 기능하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확실하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준다. 나의 문제에 지금 당장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 다양한 사례와 확실한 해법이 가득하다. 잘못된 인간관계에 대처하는 방법과 진짜 나를 찾고 나를 채워주는 심리기술을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관계에 지쳐 있는 당신을 위해 실용적이고 유용한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커버이미지)
    [인문]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4-02-19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언제나 당당하다!” 어딘가로 향해 가면서도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읽는 책!84일간 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의 이야기가 있다. 85일째 되는 날 아침, 바다로 나가기 전 노인은 “오늘은 자신이 있다”라고 중얼거리며 또 배를 탄다. 그리고, 고기잡이는 아니더라도 긴 시간 자신의 삶이 팍팍하고 이룬 것 하나 없다는 느낌에 허탈한 맴을 매일 도는 우리가 있다. 팍팍하게 지쳐가는 당신, 아침에 집을 나서며 노인처럼 “오늘은 자신이 있다”라고 중얼거릴 수 있는가?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람들은 부산하다. 어디론가 향해 가면서도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모른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찾는 나의 마음은 어디로 갔나.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리고 “단 하나의 나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우리에겐 정해진 ‘답’이 아닌, 꾸준하고 성실한 ‘질문’이 필요하다. 대답은 나아가기를 멈추는 소극적 활동이고, 질문은 전에 알던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다. 최진석 교수는 책 읽기를 ‘마법의 양탄자’를 타는 일에 비유한다. 하늘을 나는 융단에 몸을 싣고 ‘다음’을 향해 가는 일이 책 읽기를 통해 가능해진다. 책으로 쌓은 높은 지혜는 인간을 ‘다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인간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멈추면 부패하지만 건너가면 생동한다. 건너가기를 하는 삶이 가장 인간다운 삶이며, 책 읽는 습관을 쌓으면 그 내공을 더 키울 수 있다. 이 책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돈키호테』 『어린왕자』 『페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걸리버 여행기』 『이솝 우화』 『아Q정전』 『징비록』 등 열 편의 문학을 함께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독서운동 ‘책 읽고 건너가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죽기 전에 완수해야만 하는 내 소명은 무엇인가.” 나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게 하는, 열 편의 문학에 숨어 있는 인생 문장들을 통해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진심을 다해 묻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자.건너가는 인간, 여행하는 인간, 질문하는 인간으로 이끄는최진석 교수의 고전문학 읽기『이솝 우화』의 「암사자와 여우」 편에서, 여우가 암사자에게 새끼를 고작 한 마리밖에 낳지 못했다고 면박을 주자 사자가 말한다. “한 마리이긴 하지. 하지만 사자야.”「독수리와 갈까마귀와 목자」 편에서, 독수리가 높은 바위에서 날아 내려와 새끼 양 한 마리를 낚아채는 것을 보고 시샘이 난 갈까마귀가 자신도 따라 숫양을 내리 덮쳤다. 하지만 숫양의 폭신한 털에 발톱이 박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목자에게 잡히고 만다.최진석 교수는 남들처럼 잡다한 이것저것을 바라거나 남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유일한 꿈과 소명 하나만 가지고 이를 실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교는 오직 자신과 하는 것만이 정당화되며 그렇지 않은 것은 전부 자기를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자기를 궁금해하고,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진실하고 철저하게 생각하며 자기를 향해 가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아Q정전』의 아Q는 스스로 바라는 것이 없어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다가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갔다. 아Q는 자신의 사형을 결정짓는 문서에 서명을 하면서 동그라미를 그렸는데, “동그라미를 동그랗게 그리지 못한 것”을 더 신경쓰며 자신의 이력에 오점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향해 걸을 줄 모르는 사람은 일의 대소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큰일이 벌어지는 중에도 작은 일에 빠져 있다. 조선시대의 임진왜란에 대해 적은 『징비록』에는, 동인과 서인 각 붕당의 대표로 김성일과 황윤길이 통신사가 되어 일본에 간 이야기가 전해진다. 일본의 정세를 돌아보고 온 황윤길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것 같다고 보고하고, 김성일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한다. 사람들이 혹세무민하고 불안해할까 봐 중요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판단한 김성일의 보고 때문에 나라는 결국 전쟁의 참화 속으로 빠지게 된다.『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고전 열 편에 나오는 여러 인물을 통해 자기를 향해 걷는 자들의 모습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우리가 현명하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우리는 언제나 한 세계를 깨뜨리면서 다른 세계로 진입한다. 자기를 향해 부단히 걷고 자기에게 도달하려는 지적 욕구를 가질 때 우리는 ‘다음’으로 건너갈 수 있다. 더불어 자기 삶을 이야기로, 자신만의 신화로 구축해나갈 때 우리의 인생은 보다 탁월해질 수 있다. “어떤 분들은 굳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하냐고 물으시지만, 생각하지 않으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자기로도 살아보고 자기가 아니게도 살아보고, 자유롭게도 살아보고 종속적으로도 살아볼 정도로 인생이 길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에 내가 나로 사는 이 일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생각하는 일의 중요성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알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_323p에서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의 마흔에게 - 어른의 공부, 마흔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 (커버이미지)
    [인문]나의 마흔에게 - 어른의 공부, 마흔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
    • 전안나 지음
    • 풀빛
    • 2024-02-19

    어른의 독서, 마흔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요?두 번째 스무 살, 지금 읽으면 좋을 책 목록마흔을 맞이한 사람들의 유형은 참 다양합니다. 마흔을 자연스레 수용하는 사람, 거부하며 싫어하는 사람,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신중하게 맞이하는 사람, 기쁘게 생각하는 사람, 별다른 생각 없이 넘어가는 사람 등등 말이죠. 마흔은 매우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걸쳐 있는 나이대인 듯합니다. 그래서 전안나 작가는 ‘마흔은 무지개’라고 표현합니다. 이 책은 내가 누군지조차 모르고 바쁘게만 살다가 어느덧 중년을 맞이한 이들에게, 마흔 이후를 전성기로 만들 지혜를 구하는 이들에게,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의 기적을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 읽기 방법과 책 목록, 그리고 책 속의 문장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마흔 준비를 잘하고 싶다면, 마흔인 지금을 잘 살고 싶다면, 그리고 마흔 이후의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면 이 책의 목록을 참고해 “오늘만큼은 오직 나를 위한 책 읽기”를 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자는 마흔, 어른을 위한 책을 읽으며 “즐겁고 반갑게 마흔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마흔을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의 마흔은 어떠한가요?” 마흔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더군요. (…) 마흔인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보았습니다. 마흔인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도 골랐어요. 저는 마흔에 대한 책을 읽으며 마흔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습니다._<시작하며> 중에서“마흔, 지금을 잘 살고 싶어서 읽습니다”책 속의 문장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마흔을 넘으면 나를 둘러싼 사방이 꽉 막힌 듯한 두려움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소리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기에 많은 사람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고, 삶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며, 신체의 변화에 당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감정 변화를 느끼며 화나고 서운하고 외롭고 가슴이 텅 빈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왜일까요? 아직 준비되지 못한 것 같은 나의 앞날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나고, ‘그동안 나 잘 살아온 것인가’ 하는 돌아보는 마음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심연 깊숙한 곳에서부터 공허함이 밀려올라오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에겐 마흔이란 나이가 매우 아름답고 찬란한 때일 수도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갖게도 되고, 바쁘기만 했던 일상에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전엔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한 번쯤 기회를 노리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 다양한 마흔의 친구들에게 저자는 가슴 따뜻한 그림책부터 인문학, 심리, 과학, 그리고 자기계발서까지 그때그때 필요한 영양제를 처방하듯이 상황별로 읽으면 좋을 책들을 가슴 따뜻하고 공감 가득한 독서에세이와 함께 소개합니다.그동안 어린이와 청소년 추천 도서 목록만 있어서 아쉬워했다면, 베스트셀러 목록을 기웃거리며 연령별, 취향별 도서에 부족함을 느꼈다면, 《나의 마흔에게》를 통해 오직 어른들을 위한 도서 목록을 만나 볼 기회가 생겼으니 매우 반가운 일일 것입니다.잠은 안 오고 삶은 답답하고 넋두리할 친정도, 친구도 없어서 밤마다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가족에 대한 책, 직장에 대한 책, 육아에 대한 책, 마음에 대한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습니다. 이런 책 저런 책을 마구 읽다 보니, 그제야 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_본문 중에서읽고, 생각하고, 쓰면서 완성되는 나만의 ‘마흔 노트’휘발성 독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책 읽기 습관 완성책 읽기(독서)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닙니다.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이 모두 포함된 매우 자기주도적인 과정입니다. 그래서 책 읽기는 노트를 쓸 때 더욱 풍성해집니다.《나의 마흔에게》는 입체적인 독서가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상황별로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추천받고, 추천받은 책을 읽어보고,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이나 생각을 노트에 정리하고, 때론 좋은 문장들은 필사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마흔 노트를 완성해 나갈 수 있습니다.그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단순히 ‘읽는 행위’에만 목적성을 두고 휘발성 독서를 해 왔다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밀도 있는 독서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앤절라 카터… 돌보는 사람들의 창조성에 관하여 (커버이미지)
    [인문]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앤절라 카터… 돌보는 사람들의 창조성에 관하여
    • 줄리 필립스 지음, 박재연 외 옮김
    • 돌고래
    • 2024-02-19

    \'자기만의 방\'에서 \'고독한 천재\'의 호사를 누릴 수 없는,끝없이 방해받으며 창작하는 여성들의 이야기NPR 선정 2022 최고의 책 │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수상 작가소설가 정아은, 서유미, 김유담 추천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수전 손태그,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앤절라 카터…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의 모성적 삶과 작가로서의 삶을,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중첩된 영역을 탐색한다. 아이를 버렸다고 욕먹은 도리스 레싱, 그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를 뉴욕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내쫓고 방치해두었다고 시집 식구들에게 무고를 당한 앨리스 닐의 이야기는 창작과 양육 사이의 긴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창조적 모성은 이 긴장 속에서 끝없이 재협상하고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남는다. 타인의 비난, 자신의 죄책감, 슬픔, 채워지지 않는 허기,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사랑. 이 모든 것이 창조적 모성의 양분이 된다.모성과 창조성이 만나는 지점을 10년 동안 탐색하다!여성 작가·예술가들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재정립하도록 하는 강렬하고 혼란한 사건이지만, 아무도 지적으로 파고들거나 이론화하지 않았던 ‘모성과 창조성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이 탐구에는 장장 1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수상작가인 줄리 필립스는 (여성) 작가의 평전 작업을 해왔고, 어슐러 르 귄의 전기를 쓰기 위해 오랫동안 긴밀하게 어슐러 르 귄과 인터뷰를 해오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 둘을 양육하며 글을 써야 하는 스스로의 경험에 동력을 얻어 이 주제의 책에 시작했다.(책을 쓰는 동안 초등학생이던 저자의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었다.)수많은 여성 작가들의, 여성 작가들에 대한 기록을 정밀하게 살핀 저자는 이 책에서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나오미 미친슨, 루이스 어드리크, 어슐러 르 귄, 에이드리언 리치, 엘리자베스 스마트, 수전 손태그, 오드리 로드, 다이앤 디 프리마, 셜리 잭슨, 앨리스 워커, 토니 모리슨, A. S. 바이엇, 로나 세이지, 마거릿 애트우드, 앤절라 카터 등의 매력적인 명사들을 다룬다. 저자가 목차에 포함시킨 이들은 우선 충분히 오래 살아서 양육의 전체 사이클을 모두 경험한 이들이고, 그렇다고 너무 옛날 사람들은 아니어서 1960년대 이후 낙태 합법화나 페미니즘, 흑인민권운동의 수혜를 받은 이들이며, 자신의 몸과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해 충분한 기록을 남긴 이들인 동시에, 독창적인 작품들을 남긴 사람들이다. 이들은 제각각 준비되지 않은 임신, 원하지 않은 결혼, 낙태, 아이들의 죽음을 경험했거나, 일생 동안 평범한 단혼 관계에서부터 레즈비언 관계, 폴리아모리, 개방혼 같은 다양한 친밀한 관계를 탐험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깊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양육해냈다.저자는 여성 작가·예술가들이 남긴 양육과 모성에 관한 일화의 조각들을 정성껏 이야기로 꿰어내면서, 몇 가지 중요한 이론적 개념(혹은 기존 이론의 허점을 꼬집는 개념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방해받는 주체, 자기소멸, 시간 빈곤, 서사적 시간, 죄책감, 허락받아야 한다는 느낌, 항시 대기중(availability, 아이들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만사를 제치고 자신을 내주어야 한다는 느낌), 벙고(바보가 된 것 같은 벙찌는 느낌 + 숭고의 감정, 양육의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역설적인 감정), 온전히 거기에 있기, 심아 문제(mind-baby problem, mind-body problem을 비꼰 말장난), 아줌마영웅(aunti-hero, anti-hero의 말장난), 아더마더스(내가 낳지 않은 아이를 돌봐주는 이들) 등의 그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상계단에 놓인 아기’로, 이는 앨리스 닐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이를 ‘비상계단(한국식으로 치면 베란다?)’에 가두었다고 시집 식구들이 상상해낸 이미지이지만, 저자는 이를 엄마들이 작업하는 동안 아이를 안전하게 방치하기 위해 찾아낸 창의적인 임시방편을 가리키는 말로 전유한다.이 책의 가장 훌륭한 점은 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 양육과 창작을, 삶을 이어온 여성들의 삶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을 감추거나 미화하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삶을(그리고 죽음을) 최대한 존중한다.(수전 손태그의 이야기를 다루는 장에서 이런 태도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인간적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할머니 작가·예술가들의 이야기는 20세기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용기를 내기 어려워하는 현대의 양육자 여성들(그리고 양육을 자신의 일로 여기는 남성들)에게 엄청난 영감과 자극과 위안과 용기를 줄 것이다.엄마의 행복은 엄마의 죄책감과 공모해 창작을 갉아먹는다. 마거릿 미드에 따르면 시간이 자꾸만 사라져가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아이가 울어서 괴로운 게 아니다. 아이가 너무 자주 웃어서 그렇다.\" 제니 오필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향한 사랑은 당신이 한때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모조리 지워버리기도 한다.\" (29)1962년만 해도, 올슨은 유자녀 여성 또는 \"반쪽짜리 시간과 반쪽짜리 자아를 가진 이들“이 오래도록 읽힐 책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무렵부터 유자녀 여성들의 작가 경력은 성공 가도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한두 명이 아닌 다수의 작가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대대적 성취를 우후죽순으로 이뤄냈다. 이들은 작업을 해나갈 방도를 발 벗고 찾아 나선 끝에 작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이를테면 도리스 레싱은 노벨 문학상을, 어슐러 르 귄은 미국 최대의 문학적 영예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앨리스 워커는 퓰리처상을 한 차례 받고 수백만 권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오드리 로드는 교차성을 둘러싼 논의의 물꼬를 텄다. 한편 앤절라 카터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적 목소리로, 수전 손태그는 위대한 영어권 비평가로 각각 인정받았다. 앨리스 닐은 자신의 작품이 정전(正典)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31)양육은 개개인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인종, 자원, 섹슈얼리티, 가족관계, (비)장애의 영향도 받는다. 한편 모든 엄마가 출산과 양육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살펴보고자 했던 여성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엄마가 됐는데, 배우자 유무, 나이, 자산, 주변의 도움 여부 등이 제각기 상이했다. 이들은 우연히 또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임신하거나 자신이 낳지 않은 십대를 양육하게 됐고, 혹은 난임으로 고생하거나 아이를 잃기도 했다. 이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분노와 고통을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슈퍼우먼\'이나 \'가정의 천사\' 따위의) 고정관념을 뿌리치며 모성의 양가감정을 탐색했다.(31)\'엄마\'와 \'영웅\'이라는 단어를 함께 입에 올리면, 대부분은 자기희생의 이미지를 당연하다는 듯이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창조적 모성은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투쟁이나 구원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창조적 모성은 자기발견의 여정에 나선 어느 중심인물의 이야기다. 그녀는 빵 부스러기(그러니까 일화와 종잡을 수 없는 여러 순간)로 표시한 길을 따라 나선 뒤로 지하 세계까지 떨어졌다가 되돌아온다. 숲속에서 길을 잃고 스스로 길을 발견하는 주인공이다.나는 엄마 영웅들에 대해 찾아보며 이들이 여성들의 이야기 안에 줄곧 존재해왔음을 알게 됐다. 그녀들의 주체성은 자기상실과 자기발견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청소년기에, 출산기에, 그리고 장년기에 이들은 줄곧 자신들을 향한 \"몰살\"의 위협을 마주하고 힘을 회복해야 했다. (53)모성 지대의 무법자로 팔십대까지 살아남은 초상화가 앨리스 닐1900년생인 앨리스 닐은 예술 강좌에 등록했다가 첫 번째 남편이 될 쿠바계 남자를 만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낳은 첫째 딸을 돌도 되기 전에 디프테리아로 잃었다. 죄책감을 씻기 위해 둘째 딸을 가졌지만 결과적으로 이 딸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예술과 양육을 양립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산산조각 낸 채 남편이 혼자 파리로 도망갔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정신이 나가 친정어머니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오븐에 머리를 넣기도 한다. 결국 화가와 엄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의사와 친척들의) 압박 속에서, 그리고 자신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거라는 낙담 속에서 앨리스는 그림을 선택하고 혼자 뉴욕으로 향한다. 이후에 앨리스는 여러 남자들을 더 만나고 그중에는 앨리스의 작업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파트너도 있었으나 대체로는 폭력적이거나 마약을 하거나 앨리스의 아이를 괴롭혔다. 앨리스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사회주의적인 정책에 힘입어 보조금을 받으며 계속 그림을 그렸고 1950년대 이후로는 미술계의 유행을 거슬러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한다. 경제적인 자립을 이룬 후 두 아들을 더 낳게 되는데 이들의 교육에 헌신적이었고 이들과(심지어 며느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딸 이자베타와는 생전에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다. 이사베타는 엄마를 비난하는 아빠 쪽 친척들에 의해 길러져 원망을 품고 살았으며 이른 나이에 불행한 결혼을 했다. 평생을 우울감에 시달렸던 이사베타는 결국 엄마의 대규모 강연 행사에 참석해 맨 앞줄에 앉아 엄마의 모습을 보았지만(강단 위의 엄마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그로부터 얼마 안 가 자살했다. 보수적이고 편협한 1950년대를 꿋꿋이 견뎌낸 앨리스는 1960년대 이후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여성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외롭게 가꾸어온 자신의 독창적인 미술 세계를 만천하에 알릴 기회를 얻는다. 그녀는 생애 마지막 20년 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80대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한 후에(책에도 실려 있는 팔십대에 그린 「자화상」이 그 증거다.) 자신을 사랑하는 온 가족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초상화에 전념했다. 여성이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비인기 분야를 택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혹은 진짜로 혁신적인 작업을 한다고 해도 자신이 선두가 아닌 주변부에 서 있음을 머잖아 알게 될 것이다. 1950년대 초상화의 낮은 지위는 앨리스에게 그 장르를 탐구하고 연마할 수 있는 특별한 자유를 보장해주었고, 그것은 다시 그녀의 재능과 독창성을 위한 여지를 마련해주었다. (104)1962년, 앨리스는 영향력 있는 예술 잡지인 《아트뉴스》에 소개되었고, 이는 62세였던 그녀에게 중요한 돌파구가 되었다. 같은 해 런던에서는 도리스 레싱이 『금색 공책』을 펴냈는데, 이는 치열하게 세 아이를 키우던 사십대 엄마의 대담한 문학적 성명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어슐러 르 귄이 첫 과학소설을 출간했고, 잉글랜드 브리스톨에서는 22세의 \"눈이 커다랗고 촌스러운 비트족\" 앤절라 카터가 잡지에 첫 소설을 기고했다. 뉴욕의 수전 손태그는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첫 소설을 탈고했다. 손태그가 글을 쓰는 동안 그 옆에는 열 살 난 아들 데이비드가 타자를 치는 엄마 옆에서 대기하다 담배에 불을 붙여주곤 했다. (108)나이든 여성은 젊은 여성에 비해 세상의 회의적 시선에 덜 위협받는다. 1960년대 팝아트(로이 릭턴스타인의 만화,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의 영향으로 앨리스는 더 밝은 색과 더 유동적이고 자신 만만한 선, 더 과감하고 터무니없는 주제를 선택했다. 1968년 앨리스는 말했다. \"저는 바로 그 장면을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한 시대의 소용돌이는 당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무엇을 그리느냐의 문제입니다.\" 예술가, 큐레이터, 수집가들은 \'앨리스 닐 앞에 앉을 만큼 용감한가?\'라는 질문에 도전하듯 앞다퉈 포즈를 취했다. 심지어 앤디 워홀은 앨리스의 초상화를 위해 윗옷을 벗고 총상 자국으로 가득 찬 배를 드러낸 채 눈을 감았다. (109)앨리스의 임산부 초상화는 일부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한 비평가는 임신한 낸시의 나체를 두고 \"임신한 오달리스크의 끔찍한 모습\"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비욘세 놀스가 아름다운 임산부의 초상 사진 연작을 위해 포즈를 취하기 훨씬 전에, 앨리스는 출산이 예술적으로 표현될 가치가 있는 여성의 성 적인 측면이라고 주장했다. \"저는 임산부의 누드가 더없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옳지 못한 겸손함이나 두려움 때문에 그동안 드러내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네 삶의 기본이지요.\" (112)모성적 삶과 여성적 쾌락에 관해 쓴 최초의 작가 도리스 레싱도리스 레싱은 이란에서 태어나 영국령 식민지였던 남로지디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이후에는 런던으로 이주해 말년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도리스는 남로지디아를 떠날 때 아이 둘을 버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도리스가 자기 아이들을 계속 만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속을 태웠는지 전남편 혹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참고해 밝혀낸다. 물론 도리스는 임신한 상태에서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할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대범했지만 한 편으로는 사회주의 운동의 동지로서 만난 고트프리트를 위해 결혼을 하는 등(고트프리트가 징집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남편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리스는 고트프리트와의 사이에서 셋째 아들 피터를 낳았는데, 고트프리트가 동독으로 떠난 이후 홀로 피터를 키우며 피터가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나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평생을 함께 살았다. 실패한 결혼과 육아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던 여성이 거의 없던 시대에 레싱은 모순된 감정들을 겹겹이 쌓아올려 모성이 주는 만족감, 유혹, 좌절, 죄책감, 분노를 묘사했다. 자전적 폭로가 들어간 초기 작품들(1950년 영국에서 출간된 『풀잎은 노래한다』나 도리스에게 엄청난 명성을 가져다준 1962년작 『금색 노트』)에서부터 에로틱한 어머니와 아들 간의 유대를 그린 『할머니들』(2003), 아들의 극단적 요구가 행복한 가정을 분열시키는 『다섯째 아이』(1998)의 처참한 모성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양가적 사랑은 도리스 작품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이다. 2007년 최고령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수상 소식을 듣던 현장에는 역시 아들 피터가 함께 있었다.아이를 두고 떠나는 여성의 이미지는 금기시된 여느 발상처럼 매혹적이며 짜릿하다. 엄마들은 자유의 암시를 부러워하며 이런 일화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모른다. 그러고는 \"음, 적어도 난 그렇게 나쁜 엄마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죄책감 어린 헌신의 마음으로 자녀들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이런 일화는 엄마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리스가 두 아이를 두고 떠나면서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다소 허구에 가깝다. (141)도리스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길 잃은 부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많은 20세기의 엄마 작가들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 특히 레싱의 엄마인 모드 테일러와 앤절라 카터의 엄마인 올리브 스토커는 외동딸에게 각자의 좌절된 포부를 투사해 성공을 독려하면서도, 딸의 외모를 판단하거나 딸의 몸을 감시하고 딸의 성공을 과대평가하며 숙녀답게 행동하도록 경고했다. 모드는 영리한 딸아이를 자랑스러워했지만 아이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서 딸이 자신의 희생에 대해 빚을 갚아주기를 원했다. 리베카 솔닛의 표현을 따르자면, \"모두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딸에게서 자신을 되찾으려 했던 어머니에 대한\" 끝나지 않는 이야기인 것이다. (146)모성이라는 정체성은 항상 진행 중인 작업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모-자녀 관계는 물론이고 엄마들과 그들 자아 사이의 관계도 극적으로 변한다. 도리스는 성인이 된 자신의 모든 아이들과 소식을 주고받고 왕래하기도 했지만, 가장 자주 의미가 달라졌던 것은 함께 살았던 피터와의 관계였다. 피터는 행복한 아기였고, 엄마의 문학 경력과 함께 성장했으며, 어른이 되어 정신질환을 앓게 되자 엄마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준 만큼 더 친밀한 아들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두 자녀와 헤어진 도리스가 피터를 평생 가까이 한 것은 아마도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168)문학 명사 도리스 레싱이 등장하는 유명한 동영상은 2007년에 찍힌 것이다. 87세의 백발 여성이 조심스럽게 택시에서 내린다. 양파와 아티초크를 든 중년 남자가 그 뒤를 따른다. 도리스가 왜 자신의 집 앞에 카메라들이 나와 있냐고 묻자, 한 기자가 그녀에게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한다. 그녀는 \"오, 맙소사!\"라고 외치고 나서, 쇼핑백을 내려놓고 적당한 말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는 유럽의 모든 문학상을 탔습니다. 모두 치열한 상이었지요.\" 점점 밝아지는 얼굴로 도리스가 덧붙인다. \"상들을 싹쓸이하게 되다니 정말 기쁘군요.\" (173)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도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어슐러 르 귄어슐러 르 귄은 탁월한 재능을 타고났을 뿐 아니라 좋은 집안에서 좋은 부모님에게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래드클리프 대학에 가서 처음으로 남자와 잤다가 바로 임신이 되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성관계를 할 경우 두 번째는 피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겼던 하버드 대학생 남자친구는 임신 소식을 듣자 바로 르 귄을 버렸다. 르 귄은 부모님의 설득에 비싼 돈을 지불하고(1950년 당시 1000달러는 래드클리프의 1년치 학비와 생활비를 더한 금액이었다.) 실력있는 의사에게 불법 낙태 수술을 받았는데, 이 사실을 30년도 더 지나서야 고백했다. 다행히 이후에는 자신의 작업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가정적이고 능력도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독특한 색깔을 지닌 작품들을 꿋꿋이 써나가게 되었다. 물론 네 아이는 늘 르 귄의 글쓰기를 방해했지만 르 귄은 그 와중에도 늘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내향적인 성격의 르 귄은 눈에 띄는 정치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매카시즘이나 인종주의에는 늘 반감을 지니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르 귄의 어머니 테오도라 크로버인데 60대에 남편과 사별한 후 두 권의 책을 냈으며 르 귄보다도 먼저 작가로서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한다.(어머니는 르 귄이 작품이 출간을 거절당하자 딸의 커리어가 더 중요하다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르 귄은 물론 그것이 진심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작가적 연대에 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70대에는 스물아홉 살의 잘생긴 바람둥이 양성애자와 결혼해 열정적인 부부생활을 하기도 한다. 1960년대에 이르러 과학소설과 판타지 문학이 인정받기 시작하며 르 귄의 작품들도 호응을 얻는다.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사생활을 철저히 구분하고 작품 속에서는 마음껏 남성적인 생각과 행동을 펼쳐냈던 르 귄이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페미니즘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대해 고민하던 와중에 작품 안에 여성적인 세계, 모성적인 세계를 구축하자 다시 한 번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어내고 제2의 전성기를 구축해낸다. 말년인 1990년대 이후 르 귄은 자신만의 공적인 목소리를 찾는 데 성공하여 많은 여성들, 작가들에게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안나 카레리나』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지만, 어슐러는 자신의 유년기와 양육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그 문장에 반대한다. \"흥미로운 가정은 불행한 가정뿐이라고? 말도 안 된다. 톨스토이는 틀렸다. 불행한 가정이야말로 정말 똑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항상 \'행복\'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더라도, 소위 행복한 가정이란 매력적인 것임에 분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권력과 통제와 사랑과 반감과 좌절이 계속되는 상호작용의 공간이다. 정말로 끝이 없다.\" (221)1930년대에 출생해 1950년대에 성년이 된 미국 작가들(에이드리언 리치, 오드리 로드, 토니 모리슨, 실비아 플라스)은 자신들이 선구자가 없는 불확실하고 실험적인 길로 나가고 있다고 느꼈다. 미국 문학은 여전히 헤밍웨이, 포크너, 리처드 라이트의 마술에 걸려 있었다. 리얼리즘과 남성성이 지배하고 있었고, 유희나 환상을 위한 공간은 거의 없었다. \"나는 비평적으로 승인된 문화와는 다른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슐러는 창작의 초기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노먼 메일러나 솔 벨로가 절대 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다. 동료 작가들이 누군지도 몰랐다. 내가 쓰고 싶어하는 글을 누군가가 쓰고 있을 것 같지 않았다. (228)하지만 어슐러는 자기 안에 꺼내야만 하는 뭔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 길을 가야 한다고 확신했다. 1952년 봄 어느 날, 어슐러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중세 프랑스 시를 공부하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미지의 세계로 내딛는 환상을 본다. 그리고 어슐러는 작가로서의 소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직관을 신뢰하기로 결심한다. 어슐러의 삶에서 대전환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몇 년 후 어슐러는 \"문이 열리는 환상\"에 대해 회상하면서 이렇게 쓴다. \"나는 그 거대한 바람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묻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한, 그리고 내가 능력이 되는 한,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었고, 나의 자유와 필연성과 나만의 것을 온전히 느끼고 만들어나갈 것이었다.\" (229)어슐러는 또 찰스와 함께 책에 올라타서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고도 한다. 꿈속에서 어슐러는 하향풍이 불까 봐 걱정하고 있었지만 찰스는 확고했다. 어슐러가 계속해서 \"웃느라 고도를 놓치고 있었\"지만 찰스는 비행을 조종하는 것에 능했다. 찰스는 꿈에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책 앞표지 위에 서 프보드를 타는 것처럼 붙어 서서 독수리처럼 손을 펼치고 발은 책의 가장자리에 단단히 붙이고 짧게 발을 구른 다음 활짝! 하고 미끄러져 날아가는 거야. 책은 균형을 위한 존재야.\" (233)어슐러는 또한 아이들이 지나치게 손이 많이 가지 않았다는 것과 집중하는 재능을 가졌다는 점에서 운도 따라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버지처럼 서재문을 닫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가 아니고 어머니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238)어슐러 내면의 \"부르주아\"는 자신의 가정생활을 몹시 즐기고 있었지만, 자신이 어머니로서나 미국 서부해안의 작가로서나 과학소설가로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면 매우 방어적이 되기도 했다. 어슐러가 \"포틀랜드에 사는 주부\"라고 자칭하는 것은 그녀가 울분에 빠져 있음을 의미했다. (246)판타지 문학의 전통에 어머니의 경험을 되찾아주기 위해 어슐러는 \"바깥과 아래에서부터\", 즉 이전에는 목소리를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여성의 경험을 검토하기로 한다. \"마법을 할 수 없는 사람들, 빛나는 지팡이나 검을 갖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여성들, 아이들, 가난한 사람들, 늙은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이다. 영웅이 아닌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 곧 나와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영웅\" 이야기를 버림으로써 어슐러는 이야기의 진행 과정 속에서 행위성이나 자기인식을 획득하게 되는, 넓은 의미의 중심인물로서의 주인공도 버리게 된다. (258)교차성 논의의 물꼬를 튼 선구자 오드리 로드흑인이자 여성이자 레즈비언이자 엄마 시인으로서 오드리 로드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평생을 싸웠다. 오드리 역시 결혼 전 한 차례 낙태 경험을 했다. 어슐러 르 귄이 뉴욕의 값비싼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지 1년 뒤, 오드리는 2주치 봉급을 털어 40달러로 낙태 수술을 해줄 간호사를 찾았다. 모성과 아이를 지키는 데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오드리는 백인 게이 남성과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았다. 많은 친구들의 축하와 축복을 받은 이들의 협조적인 삶은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오드리는 민권운동에도 관심을 가지며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일과 시 쓰는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오드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더 자기다운 삶을 찾아 나섰다. 흑인 주류 문학, 혼혈 비트 문학, 백인 페미니스트 지식인들, 급진적인 블랙아트 운동, 이 모든 것에 긴장된 거리를 유지하며 오드리는 자신만의 그룹을 만들었다. ‘아더마더스(자기 자식이 아닌 아이를 키워주는 사람)’라고 불리는 미혼/비혼의 친구들, 이웃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로 자신을 둘러쌌다. 프랜시스라는 실험심리학자와 사랑에 빠져 새로운 가정을 꾸렸을 때 자기 삶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가장 창조적인 시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퀴어 가정을 (아이들이 짜증을 낼 정도로) 최대한 평범하게 유지했다. 오드리 로드는 주변에 적절한 후원자, 동조자들을 조직하는 데 능숙했는데 특히 동료 시인 다이앤 디 프리마와의 관계는 모든 여성이 참고로 삼을 만한 것이다. 유방암에 걸리자 자신의 몸을 관찰하는 섬세한 기록을 남겼다. 결국 재발한 유방암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오드리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온전히, 넘치게 이루었고, 후배 여성 작가들에게 지금까지도 가장 강력한 모델이 되고 있다.그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엄마로서 흑인들이 모성의 황홀을 누리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 지배적 문화에 맞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한편, 레즈비언 엄마로서 배척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모성이라는 게 무엇보다도 상실된, 혹은 보이지 않는 주체 위치라면, 그에 더해 흑인, 퀴어 모성은 비가시성의 교차로에 놓인 것이다. (290)다이앤 디 프리마는 부모로서도, 친구로서도 협력자가 되어주었다. 다이앤이 뉴욕과 서부를 쉴 새 없이 오가는 동안, 그녀와 오드리는 편지와 사진, 물려 입힐 옷 박스를 주고받았다. 오드리는 다이앤과 아이들이 조부모를 만나러 동부를 방문하면 그녀의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기 위해 연락하곤 했다. 빵을 굽고, 구슬을 꿰고, 장신구를 만들고, 점성학과 주역을 공부하던 오드리의 히피 같은 면모를 다이앤은 장려했다. 그들은 1970년대 페미니즘에 부응해 시편을 주고받았는데, 이들 작품은 훗날 다이앤의 강력한 여신 연작 시집 『로바』와 서아프리카 여성 신들의 관능적이고 영적인 기도들을 담은 오드리의 시집 『블랙 유니콘』이 되었다.1968년 한 해 동안 다이앤은 오드리의 첫 책을 출판했고, 오드리는 다이앤이 네 번째 아이를 출산하는 걸 도왔다. 다이앤이 산파가 되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녀는 의학 편람에서 \'가정 분만\' 항목을 찾아 읽었다. \"권장하지 않음.\" 하지만 단념하지 않고 때가 이르자 은색 부적을 몸에 두른 채 다이앤과 그녀의 파트너, 아이들이 머무는 호텔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여러 소설에서 읽었던 분만 장면들을 떠올렸다. \"너한테 끓인 물은 필요 없다는 걸 알아. 정말 필요한 건 살균된 가위들이지.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면서 한번 해볼게.\" 다이앤의 분만은 순조로웠다. 다이앤의 딸 타라의 최초의 순간에 함께한다는 기쁨은 오드리에게 생의 가장 심오한 미스터리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선사했다. \"아기들이 태어날 때, 그들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아직 인간은 아닌 듯하다. 아기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완벽하게 자기 자신들이다. 그것을 바라보고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도 경이로운 일이며, 신비하고 영적이며 에로틱하고 힘을 북돋운다.\" (312)다이앤은 그녀에게 책상을 하나 주었는데, 오드리는 이 책상을 침실에 두었다. 책상이 침실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에드는 오드리가 글을 쓰도록 주말에 세 시간씩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데 동의했다. 그녀도 아이들의 소음을 꺼버리고 \"일에 완전히 잠겨 있는 귀중한 순간들\"을 음미하면서 아이들이 근처에서 놀고 있을 때 일하는 법을 익혔다. (315)오드리는 젊은 여성들에게 멘토가 되거나 또래들에게 잔소리꾼 노릇을 할 때 가장 자기답다고 느꼈다. 1980년대, 베스와 조너선이 대학에 진학하자 그녀는 유럽으로 정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서 서독, 네덜란드, 영국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출신 페미니스트 및 레즈비언들과 교제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탁월하게 해낼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을 찾았다. 그들을 고취하고 지지해주는 일이었다. 인류학자이자 교수인 글로리아 베커는 네덜란드 흑인 레즈비언 그룹 \'시스터 아웃사이더\'의 일원이었는데, 이 단체의 명칭은 오드리의 영향력 있는 에세이 선집에서 따온 것이었다. (331)그녀는 \"언젠가 말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거나 다른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내가 말해질 필요가 있는 것들을 말했는지, 혹은 작은 침묵들로 나 자신을 그저 배반했는지와 상관없이\" 죽음, 즉 \"최후의 침묵\"이 지금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드리는 유일한 해답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한 흑인 여성 전사 시인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있습니까?\"여신의 창조적 카리스마로 흑인 여성 작가들과 연대한 앨리스 워커앨리스 워커는 가정 폭력과 인종주의적 폭력이라는 두 가지 폭력을 일상적으로 목격하며 자랐다. 흑인 여성들을 위한 학교인 스펠먼 칼리지로 진학했지만 날카로운 정치적,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앨리스에게 스펠만의 교육은 지나치게 고리타분했다. 앨리스는 대학 시절 1963년 워싱턴 행진에 나갔고 함께 참석했던 백인 남자친구 데이비드와 손을 잡고 이튼턴 거리를 걸어 내려감으로써 온 마을을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듬해인 4학년 때 앨리스가 데이비드의 아기를 임신하자 큰 언니는 “헤픈 년”이라고 욕했고, 결혼했지만 아기가 없던 둘째 언니는 자기에게 아기를 달라고 졸랐고, 데이비드는 청혼을 했다. 그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던 앨리스는 낙태를 했고 친구들이 2000달러를 모아주었다. 함께 병원에 왔던 백인 친구는 그녀가 마취에서 깨어나자 붉은 장미를 건넸다. 이후에 유대계 백인인 인권 변호사 멜을 만나 결혼한 앨리스는 남편과 함께 흑인 민권운동을 위해 미시시피주 잭슨으로 돌아왔다. 몇 년 후 딸 리베카를 낳았고 멜은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한 해 전 앨리스가 임신 상태일 때 마틴 루서 킹 주니어가 암살당했고, 앨리스는 충격으로 유산했다.) 멜은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였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더 열심히 민권운동에 매진해 앨리스를 외롭게 했다.(“[사람들은] 어떻게 나보다 더 그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 잭슨에서의 삶에 지친 앨리스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 1980년대 초 『혁명하는 페튜니아』로 전미도서상 시 부문 후보에 올랐고, 비혼모 준 조던과 함께 ‘자매들’이라는 흑인 여성 작가 후원회를 조직했다.(토니 모리슨도 이 모임의 일원이었다.) 앨리스는 전투적인 블랙파워 운동에 스스로도 이질감을 느꼈고, 백인과 결혼한 것에 대해 흑인 동료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앨리스는 여러 측면에서 무의식적이고 관습적인 요구에 무릎을 꿇지 않기 위해 애썼다. 이후 앨리스는 멜과 이혼하고 딸 리베카는 아빠 집(동부)과 엄마 집(샌프란시스코)을 2년씩 오가며 자랐다. 앨리스는 그러는 중에도 『매리디언』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1980년대 말에는 『내 동반자의 신전』과 『컬러 퍼플』로 문학 명사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그토록 사랑했던 딸 리베카는 이후에 제3물결 페미니즘의 리더로 활동했고, 『흑인, 유대인, 백인』이라는 자전적 책에서 자신의 유년기, 청소년기의 어려움을 가감없이 토로해 화제가 되었다. 또 『아기에 대한 사랑』이라는 책을 써서 앨리스와 오랫동안 절연의 시기를 보냈다.워커의 글쓰기 작업이 끊기는 건 아기 때문만이 아니다. 남편의 일과 그녀의 작업, 그리고 다인종 부부로서의 존재는 모두 기성 사회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었고, 워커는 쉽게 궁지에 몰렸다. 만약 그녀가 타자기를 치는 동안 전화벨이 울린다면, 아마도 그건 친구의 안부 전화거나 혹은 모르는 이의 협박 전화일 것이다. 우편함에는 출판사의 서신, 친구들의 편지와 함께 낯선 사람들이 보낸 욕설이 담겨 있다. 남편 멜이 출장을 떠날 때마다 그녀는 그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아침에 남편이 집을 나선 후 절망감이 파고들 때면, 앨리스는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363)나중에 앨리스는 어린 딸의 말을 통해 치유를 찾았다. 아름다움에 관한 에세이에서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강렬하게 인식하고 있던 상처를 세 살짜리 리베카가 처음으로 알아차려 주었다고 썼다. 리베카는 교육용 TV 프로그램인 「빅 블루 마블」을 보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우주에서 본 지구 사진과 함께 시 작되었다. 아이는 엄마를 바라보다가 이 사진과 비슷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이는 그 자그마한 두 손을 옴폭 모아 엄마가 아이에게 하듯 내 얼굴을 감싸 쥐었다. \'엄마, 엄마 눈 속에는 세계가 들어 있어.\'\" (368)오드리와 마찬가지로 앨리스 역시 인생의 전환점이자 자신의 자긍심을 표명하는 선언으로서 낙태를 경험했다. 단편 「낙태」에서 낙태를 경험한 한 여대생은 이 사건에 \"진정한 어른의 시간을 소환하며 독자적인 삶의 방향을 포착하는 모든 흔적\"이 있다고 말한다. 죽을 수도 있었지만 살아 있다는 상황은 앨리스에게 새로운 절박감과 사명감을 가져다주었다. (375)준 조던에 따르면 1970년 세라로런스 칼리지에서 앨리스를 연사로 초대했을 때, 흑인 학생 단체는 행사 전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언제나처럼 앨리스는 사람들의 예상에서 빗나가는 반응을 보였다. 앨리스는 세라로런스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조던의 전투적이고 시크한 차림(커다랗게 부풀린 아프로 스타일 머리, 트렌치코트, 부츠, 밤낮으로 끼고 있던 어두운 선글라스)과 대비되는 \"멋지고 평범하며 수수한 원피스\"를 입고 연설을 했다. 그녀는 청중들에게 화를 잘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드러운 어조로 충고했다. 2년 후, 그녀는 다른 단체의 학생들에게 \"당신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사람은 당신 편이 아니다.\"라고 말해줬다. (389)\"앨리스는 모든 조상을 소환해 그동안 흑인 여성들이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가 집단적 애도를 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았다. 앨리스의 강연이 끝날 무렵, 방 여기저기에서 우리 자매들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앨리스의 어머니 미니 루 워커가 그녀의 재능을 활용할 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것은 일부분 그녀의 아이들 때문이었는데, 이것이 앨리스가 모성에 대해 느낀 또 다른 복잡한 면모이다. 앨리스는 단편 「매일의 쓸모」 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집을 떠나 어머니의 전통과 단절되는 한 여성에 대해 썼다. 문화적으로는 풍요로웠으나 지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던 가정에서 나고 자란 워커와 카터 모두 자기변신은 이득만큼 손실도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91)앨리스가 뉴욕에 도착하기 직전에 『혁명하는 페튜니아』는 전미도서상 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최종 후보 열한 명에는 에이드리언 리치와 오드리 로드를 포함한 여성 작가가 세 명 더 있었다. 네 명 중 수상이 가장 유력했던 리치는 다른 후보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 중 한 명이 상을 받는다면 모두가 공동으로 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오드리와 앨리스는 동의했지만, 엘리너 러먼은 반대했다. 4월 18일, 전미문학상은 앨런 긴즈버그와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를 쓴 리치에게 공동으로 수여됐다. 워커는 시상식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지만, 리치와 로드는 함께 무대에 올랐다. 리치는 세 사람이 함께 쓴 \"가부장적 경쟁의 조건을 거부\"하고 \"목소리를 잃어버려 여전히 들리지 않는 모든 여성의 이름으로\" 상을 수락한다는 강력한 성명을 낭독했다. (392)앨리스에게 딸에 대한 사랑이란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그녀 자신의 삶이 제공해준 협소한 가능성으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자유롭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베카에게 그 자유는 때때로 위압적이고 안전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부모님은 나를 꼭 붙잡는 대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었다. 그들은 나를 감싸지도 보호하지도 경계하지도 보살피지도 않았다. 물론 나를 먹이고 쓰다듬고 나에 대해 감탄하고 내 성장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홀로 남겨지기 일쑤였던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나의 위치를 스스로 발견하게 되었다.\" 아버지 집에서 나와 어머니 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열세 살의 리베카는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첫 섹스를 했다. 피임약을 먹었음에도 임신을 하게 된 열네 살의 리베카는 앨리스의 손을 잡고 낙태 수술을 받았고, 엄마와 딸은 병원에서 나와 영화를 보러 갔다. 앨리스는 이토록 이른 나이의 리베카로 하여금 섹스를 하게 만든 외로움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엄마로 묘사된다. (399~400)누구보다 의식적으로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앤절라 카터앤절라의 어머니는 매우 영특했지만 남자 형제들과 달리 대학에 가지 못한 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은 후 아이들에게 매달렸다. 특히 앤절라가 이른 결혼을 하게 될까 몹시 걱정했고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했지만(앤절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옥스퍼드 진학을 권유받았다.) 앤절라는 도리스 레싱이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에 대한 반발심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결혼해버렸다. 남편은 음악 취향을 공유하는 재미있는 술 친구였지만 우울증이 심하고 회복탄력성이 부족했다. 계속 해고되거나 퇴사를 거듭해 앤절라가 잡지사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앤절라는 이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것을 참고 견디며 9년 동안 네 권의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촉망받는 소설가가 된 앤절라는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젊은 일본인 남성 소조와 사랑에 빠졌다. 앤절라는 이혼을 통보했고 이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폐색전으로 쓰러진 후 얼마 안 가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앤절라는 일본에서 소조에게 어이없이 버림을 받고 2년을 더 살다가 빈손으로 런던으로 돌아온다. 앤절라는 이 모든 일을 겪은 후에 16세 연하의 건축 인부 마크와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이루어 마흔셋의 나이에 출산을 했다. 이후 마크는 전업 아빠로서 육아를 전담하며 앤절라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앤절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결혼과 임신을 밝히기를 꺼렸지만, 사실 이는 앤절라가 간절히 원하고 선택한 것이었다. 앤절라는 페미니스트 출판사 \'비라고(Virago, 말참견을 잘하는 여자)\'의 설립을 준비하던 카먼 칼릴을 만났고, 여기서 생애 마지막 책들을 출간했다. 앤절라와 가장 친한 친구들은 여러 국적을 지닌 인물들이거나 그녀처럼 자기 자신을 발명한 인물들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성장한 애드콕, 레바논계 호주인인 칼릴, 훗날 친구가 된 살만 루슈디, 가즈오 이시구로, 캐릴 필립스 등이 그들이다. 늘 ‘아웃사이더’이기를 바랐던 앤절라지만 늘 주변에 친구들이 넘쳐났고, 그 친구들은 앤절라의 아이를 함께 돌보아주었다.이 모든 여성들은 1983년 43세에 첫 아기를 낳은 앤절라 카터의 친구가 돼 그녀를 지지해주고 함께 길을 닦았다. 성 혁명과 페미니즘 혁명 덕에 엄마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공동체가 앤절라 주위로 모여들었다. 어떤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동성 파트너와 함께했고, 어떤 이들은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았고, 어떤 이들은 비혼모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이들은 앤절라에게 어떻게 유아어를 사용하고 아기를 트림시켜야 하는지 보여주길 즐겼다. 또 아이를 키우건 키우지 않건 자신과 앤절라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족감을 느꼈다. (413)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자기 방식대로 엄마가 될 수 있었던 덕분에 그녀는 모성을 즐길 수 있었다. 그녀는 일기에 썼다. \"자식의 아름다움은 내가 최근에야 가담하게 된 음모다.\" 그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강렬한 느낌을 갖고 있었고,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남들이 말하는 것 이상의 존재가 되고자 했다. 그것을 평범한 가정생활과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녀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파트너와 함께 자신의 방식으로 모성을 정의하는 일을 해내게 될 때까지는. (417)1년에 6000달러에 달하는 브라운 대학의 비싼 학비에 분개했고, 그런 특권을 누리는 아이들한테 고분고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앨리스 닐처럼 예민하고 얼굴이 두껍지 못했던 그녀는 성난 사람처럼 행동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 권위를 행사하는 법을 배웠다. 강의 첫 날, 그녀는 닥터마틴 신발을 신고 흰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안티패션 룩으로 강의실에 도착했다. 학생들 중 한 명이었던 소설가 릭 무디는 이렇게 말한다.“카터는 수강 희망생의 숫자를 14명으로 줄이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강의실에는 30명쯤 있었고, 그녀는 그냥 우리 앞에 서서 질문을 받으려고 했다. 뒷자리에 있던 어떤 젊은 남학생이 매우 거만하게 손을 들더니 기를 죽이려는 듯 회의적 태도로 질문했다. ‘저기, 어떤 작품을 쓰시는 분인가요?’ 답변하기 전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더니 한두 번인가 ‘음.......’ 하고 말했다. 그러고선 답했다. ‘내 작품은 강철 칼날로 어떤 남자의 자지 밑동을 잘라버리는 얘기지.’ 쉬는 시간이 되자 강의실은 텅 비었고, 확실치는 않지만 열네 명쯤 돌아왔다. 어쩌면 열한 명이나 열둘 밖에 안 됐는지도 모르고.” (419)앤절라가 프로비던스에 왔을 때, 그녀와 마크는 6년째 사귀는 중이었지만, 그녀는 한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에 자택 우편물은 (아마도 마크를 의미할) ‘건물 관리인’이 처리하고 있다고 썼다. (421~422)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모든 엄마들은 굳이 그들에게 주제넘은 짓을 하고 있다고 알려주려는 모성 수호 경찰을 만나게 마련이다. 앤절라는 임신 38주에 국경 수비대처럼 구는 산부인과 의사와 특히 불쾌한 언쟁을 벌였다. 1983년 11월이었다. 그녀의 장편소설 『서커스의 밤』이 막 출간될 참이었다. 그녀가 감독 닐 조던과 함께 대본을 쓴 영화 「늑대의 혈족」은 제작 중이었다. 부커상 심사위원으로 심사를 막 마친 참이기도 했다. 축하 행사 다음날, 고혈압 증상으로 그녀는 사우스런던 여성 병원에 입원했다. [...] 의사가 자리를 뜬 후, 앤절라는 통곡하고 분노했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혈관을 따라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앤절라는 산부인과 병동 침대에 누워 로나에게 편지를 썼다. \"이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어. 그 여자 내장들을 다 끄집어내고 싶다고.\" 그녀는 자신이 상대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하지도 않은 이런 조언을 백인 중산층 산모한테 할 정도면 흑인 프롤레타리아 산모는 얼마나 편하게 학대하듯 대하겠어?\" (452~453)그러나 창작의 차원에서 앤절라는 자신의 아기를 비상계단에 방치해두는 데 곤란을 겪었던 것 같다. 원래 그녀는 늘 자신의 픽션에서 분노, 매혹, 소외 같은 지배적인 감정 상태들에 의존했으며, 어둡고 누군가를 살해하는 이야기를 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모성적 행복은 그녀가 다루기 힘든 제재 였다. 친구 페이 웰던은 앤절라가 자신이 억누르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던 걸 기억한다. \"자신의 마음이 이런(어둡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들을 곱씹어 생각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너무 무섭다거나 어떤 식으로든 아기에게 해를 입힌다고 앤절라는 느끼는 것 같았다.\" 웰던은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완전히 이해했다. 그건 불운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녀의 후기작에는 \"초창기 글쓰기와 같은 차가운 힘\"이 없다. (457)그녀의 저널리즘은 여전히 신랄하고 정치적으로 예리했다.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친구 살만 루슈디에게 살해 위협을 가했을 때, 그녀는 루슈디의 평생지기로 뉴욕에서 그를 옹호하던 수전 손태그, 또 루슈디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편이라고 했던 도리스 레싱과 함께 루슈디 곁에 서 있었다. 1991년 제1차 걸프 전쟁이 발발하자 (분노한) 그녀는 친구 수재너 클랩의 자동응답기에 온전히 욕설로 가득한 3분짜리 메시지를 남겨놓 았다. 애트우드는 그녀가 \"요정 대모\"의 분위기를 풍겼다고 했지만, 세이지는 그녀를 끝까지 \"할머니의 옷을 입은 늑대\"라고 불렀다. (457~458)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의 작은 철학 - 일상의 틈을 우아하게 건너는 법 (커버이미지)
    [인문]나의 작은 철학 - 일상의 틈을 우아하게 건너는 법
    • 장춘익 지음
    • 곰출판
    • 2024-02-19

    작은 철학, 삶에 날개를 달다살아가며 만나는 여러 가지 생각들에 관하여무기 혹은 도구로써의 철학,일상 고민에 관하여철학은 정말 희한한 학문이다. 소크라테스 때부터 지금까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칸트나 니체, 비트겐슈타인 같은 괴짜들 덕분에 철학은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간혹 저들이 철학을 공부해서 괴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철학이 어렵고 답답하다고 느낀다. 구체적인 대상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생생한 문제들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누가 봐도 철학은 너무 창백하거나 쓸모없어 보인다. 살아가는데 철학이 어떤 무기, 혹은 도구가 되어줄 수 있는지 모르겠으니까. 이것이 철학에 대한 대체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저자는 《나의 작은 철학》에서 철학이 요리 같은 거라고 말한다. 그저 ‘생각의 레시피’ 같은 거라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고민에 부딪힌다. 무슨 공부를 해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할지. 선택의 순간마다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내가 만나는 세상이 결정된다. 그 모든 순간, 우리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오직 ‘나의 철학’이다. 거창한 게 아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향해 나아가는 결정이다. 고민의 순간, 나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과정이 바로 ‘나의 작은 철학’이며 나를 이끄는 힘이다.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철학은 답답하게 느껴졌던 기존의 철학들과 사뭇 다르다. 오히려 내가 직면한 고민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생각 레시피에 가깝다. 물론 하나의 레시피만 있는 건 아니다. 저마다의 다양한 요리법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요리법 보고 따라 요리하듯 철학이 일상 고민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철학이란 도구가 제법 유용하고 쓸모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어떻게 바라보느냐가바로 나의 정체성저자 장춘익은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루만의 거대이론을 오랜 시간 연구한 사회철학자다. 자신의 연구 주제를 실제로 확인하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상에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학생들과 자유롭게 교류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우정이나 사랑, 고독, 신념과 같은 문제로 고민할 때가 있다. 철없는 한때의 이야기라고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이것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바로 나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즉 이것이 ‘나의 철학’이다. 저자는 제자들의 이러한 고민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는 물론, 다른 철학자들은 비슷한 주제들에 어떻게 답했는지 함께 이야기하면서 저마다의 ‘작은 철학’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감사한 마음은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저항과 용기는 어디서 겹치며 어떻게 어긋나는지, 수치심, 수줍음, 죄책감의 차이는 무엇인지, 정당한 분노는 어떤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표출해야 하는지 등을 객관화하여 생각해보는 것은 그런 과정 없이 그것을 맞닥뜨리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사유는 삶의 틈과 균열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현실에서 행위의 방향을 재조정하는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조심하자. 무엇은 화낼 만하고 무엇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당신의 판단에 성숙의 정도가 고스란히 응축되어 드러난다. 작은 물음이 작은 답을 얻게 하고 큰 물음이 큰 답을 얻게 한다는 것은 공자님의 말씀이었던가. 아마 사소한 일에 대한 분노가 작은 인품을 만들고, 큰일에 대한 분노가 큰 인품을 만든다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나는 당신이 작은 편익과 사소한 자존심 싸움에는 넉넉한 마음이기를 희망한다. 그렇지만 권위주의와 사회적 차별, 세계의 기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여성의 좌절, 맹목적인 자연의 파괴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소환한다. 개성과 성숙, 사랑, 예의, 명예, 관용, 분노, 수양, 양심에 관해서 그리고 나아가 자본과 이 사회의 권력, 정치 문제까지. 작은 감정에서 시작해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정치경제 논리까지 이야기를 확장한다. 저자는 본질을 파고드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났다. 문제의 핵심에 독자를 최단거리로 데려다준다. 그리고 주저없이 정곡을 찌른다. 명료하고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시선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 사이를 종횡무진 우아하게 건너다니는 저자를 가리켜 동료 철학자는 “철학적·사회적·일상적 문제를 가장 빨리 그리고 깊게 그 핵심으로 접근하는 사람이고, 난제 앞에서 그것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특별한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 책에 대한 평가도 그와 다르지 않으리라.오랜 소통의 흔적,20년 시간을 건너다《나의 작은 철학》에 실린 80편의 글 가운데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꼭지들은 저자가 1999년부터 10여 년간 운영했던 개인 홈페이지 〈날개통신〉에 게시했던 글이다. 이는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딱딱한 커리큘럼과 무관하게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관찰하면서 출발한 철학적 글쓰기였다. 이 글에 학생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댓글 형식으로 달리면서 역동적인 공동의 사유로 확장되었다. 2021년 저자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제자들이 나서 〈날개통신〉에서 나누었던 철학적 대화들을 단행본으로 엮어내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이자 학문적 동료였던 탁선미 교수가 저자의 전체 유고 원고를 확인하고 엮는 역할을 맡았다.《나의 작은 철학》은 독자들에게 일상의 난제를 마주하는 길목마다 침묵을 깨고 새로운 사유로 나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제 글이 품고 있는 따뜻한 사유의 초대장을 펼쳐보기 바란다. 장춘익의 ‘작은 철학’이 독자마다의 ‘작은 철학’으로 커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의 조현병 삼촌 -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커버이미지)
    [인문]나의 조현병 삼촌 - 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하여
    • 이하늬 지음
    • 아몬드
    • 2024-02-19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어느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의 오랜 거짓말과 부끄러움에 관한 이야기조현병은 성별, 국가, 인종과 상관없이 1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유병률이 굉장히 높은 정신질환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약 50만 명의 조현병 당사자가 투병중이라는 의미다. 당사자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조현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의 수는 어림잡아 200만 명이 넘는다. 그 많은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은 다 어디로 갔을까?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나의 조현병 삼촌(아몬드 刊)》이 출간됐다. 저자 이하늬는 지난 10년간 기자로 일하며 정신질환‧장애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왔다. 올해 65세인 그의 삼촌(외삼촌)은 40년간 조현병을 앓았다. 삼촌의 병은 가족에게 “죽을힘을 다해 숨겨온 이야기(9쪽)”다. 삼촌의 유일한 형제로 지금까지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해온 엄마는 병을 숨기느라 평생 쌓아올린 거짓말로 내내 괴롭다. 저자가 “세상 물정을 대충 알기 시작할 무렵부터 (…) 말하기를 꺼렸”고 “없는 사람 취급(6쪽)”했던 삼촌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할머니부터 엄마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이어진 오랜 부끄러움과 거짓말을 이제는 멈추고 싶어서다. 또 삼촌의 일생이 “평생 정신병원만 들락날락하다가 불쌍하게 죽었다(233쪽)”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늦기 전에 삼촌과 가족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틈나는 대로 가족을 인터뷰했다. 오래된 엄마의 일기장과 남매가 서로에게 쓴 편지도 살폈다. 봉인되어 있던 이야기가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돈은 숨기고 병은 소문내야 하니까.(93쪽)”‘미쳤다’는 말에 가려진 당사자의 생생한 목소리부터전문가 인터뷰로 자세하게 알아보는 빈틈없는 조언까지당사자 가족으로서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기자’라는 정체성이 추가됐다. 그가 회사 동료들과 함께 쓴 기획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했고, 책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로도 출간됐다.이번 책에서 그의 취재력은 특히 빛난다. 더 다양한 목소리를 싣기 위해 조현병 당사자 쉴라와 재규어, 동료지원가 유영, 당사자 동생 희수와 당사자 엄마 은영을 인터뷰했다. 그 덕에 세상이 미처 듣지 못했으나 분명 존재해온 그들의 목소리가 투명하고 생생하게 담겼다. 정신과 전문의 3인과 당사자운동을 지지하는 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를 인터뷰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실용적인 정보도 살뜰히 실었다. 지극히 사적인 기록을, 보편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로 넓게 확장시킬 수 있었던 이유다.저자가 정신질환‧장애에 관심이 깊은 이유는 그 역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전작 《나의 F코드 이야기》는 자신의 우울증 투병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몸소 겪으면서 숨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며 낙인을 강화시킬 뿐임을 확인했다.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병, 장애를 오픈할 때 낙인이 더 옅어(234쪽)”질 것이라 믿는다. “낙인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이를 없애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97쪽)”이라는 연구 결과에 기대보기로 했다. 그는 말한다.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모이면 언젠가는 각종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97쪽)”라고. 저자는 더 많은 당사자와 가족이 침묵을 깨고 말하기를 바란다. 이 책이 그 마중물이 될 것이다.“환청은 가장 흔한 증상, 망상은 가장 고치기 어려운 증상”가족이 기댈 곳은 있는가1장 ‘삼촌은 조현병’에서는 병의 모습을 정확히 알리는 데 집중한다. 조현병 당사자의 발병부터 재발, 입원 과정, 주요 증상 등을 실었다. 삼촌은 24세에 처음 발병해 짧게는 1~2년, 길게는 4~5년 주기로 재발했다. 책에 따르면 환청은 가장 흔한 증상이고 망상은 가장 고치기 어려운 증상이다. 대체로 담담하게 풀어내지만 2016년 봄, 서울에 올라온 삼촌을 강제입원시킨 뒤 동생과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22쪽)”다는 대목에선 함께 눈물이 맺힌다.2장에는 가족의 목소리를 담았다. 엄마는 동생인 삼촌이 아플 때마다 최선을 다해 돌보았지만 “그 애가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얘기를 입 밖으로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친구나 동료뿐 아니라 친척, 남편, 자식에게까지 숨겼다. 사람들이 동생을 ‘미친놈’ 취급하게 둘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언젠가 완치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언젠가’는 계속 미뤄졌고 거짓말은 평생에 걸쳐 이어졌다. 책에 따르면 “40년간 해방된 적 없는 마음(81쪽)” 속에 살아온 것이다.이런 상황은 비단 저자의 삼촌과 엄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4장에 실린 조현병 당사자 가족 희수와 은영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가족이 겪는 고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희수(171쪽)는 서울 소재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나 국가고시를 포기했다. 조현병에 걸려 폭력적으로 변한 형이 혹시 사람을 때리거나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지키’기 위해서였다. 희수 표현에 따르면, 저자의 삼촌이 커피라면 그의 형은 ‘티오피’였다. 은영(178쪽)은 아들의 조현병 음성 증상(감정표현이나 말, 의욕, 청결 관념 등 있어야 할 것이 사라지는 증상)으로 1년 내내 병원을 들락거린다. 은영의 아들은 식욕이 사라지고 잠을 자지 않아 74킬로그램이던 몸무게가 47킬로그램이 된 적이 있다. 은영의 유일한 소원은 ‘아들이 알아서 약을 먹는 것’이다.저자는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의 물질적‧정서적 지원이 충분하면 “당사자의 삶의 질이 좋아진다(80쪽)”며, 그렇게 일방적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에게도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쉽게 간과한다고 덧붙인다. 가족이 기댈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일하며 살고 싶은 마음조현병 당사자는 어떤 하루를 보낼까조현병 당사자의 일상은 어떨까? 쉴 새 없이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며 24시간 내내 ‘미쳐’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의 삼촌을 예로 들면, 망상이나 환청 같은 증상이 심하게 올라올 때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에 사로잡히지만 대체로 평범한 일상을 산다.3장 ‘삼촌의 일상’에서는 당사자의 삶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삼촌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입원했을 때는 담배를 잘 주는 사람이 ‘최애’일 정도로 담배도 사랑한다. 10시에서 12시쯤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미수잠(거두어들이지 않은 잠)’을 자고 일어난다. 산책해 도착한 도서관에서 시집이나 소설, 역사책을 읽는다. 몇 년 전 주차관리원으로 ‘처음’ 취업했던 경험도 담겨 있다. 가족들은 모두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삼촌은 생각보다 잘 해냈다. 책에 따르면 ‘일’이 정신장애인의 증상을 개선하고 재발 및 입원 가능성을 낮춘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삼촌은 이 어려운 말을 “사람이 반듯해지는 느낌(137쪽)”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4장에 실린 다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봐도 남다른 점은 없다. 대학에서 불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한 쉴라(151쪽)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연극으로 표현한다. 조현병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규어(158쪽)는 조현병과 지적장애를 동시에 앓는다. 엄마와 함께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머릿속 ‘1000명의 태웅이들(환청)’과 싸운다. 태웅이들을 이기고 난 다음에 하고 싶은 일도 ‘청소’다. 일 이외에 하고 싶은 걸 물었더니 ‘친구들이랑 한강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한다. 누구나 가질 법한, 소소해서 아름다운 꿈이다. 당사자를 돕는 동료지원가로 활동 중인 유영(164쪽)은 병을 숨길 마음이 없다. 그는 당사자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거나(“저도 그 기분 알아요. 혼자가 아니에요”) 당사자가 원하는 것을 병원에 요구하거나 퇴원 후 갈만 한 시설을 알아본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시인’이다. 60세에는 유명한 시인이 되는 게 목표였지만, 더 빨리 시인이 되고 싶다. ‘미쳤다’는 말로 납작하게 표현되어온, 당사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책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인다. 장애는 언제 장애가 되는가만성 정신질환과 함께 사는 법당뇨, 고혈압은 대개 만성질환으로 분류된다. 평생 약을 먹고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병인 것이다. 정신질환에도 만성이 있다. 저자의 삼촌이 그렇다. 5장에서는 만성 정신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유의할 점과 필요한 점도 짚는다.저자의 삼촌은 얼마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187쪽). 만성 조현병의 경우 파킨슨병을 주의해야 한다. 조현병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도파민 관련 약을 오래 복용하는 경우 근육 경직이나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나는 일이 흔한데, 조현병과 파킨슨병이 모두 ‘도파민의 작용’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약물의 장단기 부작용을 잘 따져 보고 먹어야 하는 이유다. 가족이 마냥 끼고 사는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가족 입장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양날의 검처럼 당사자를 ‘무능한 존재’로 만든다.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게 되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삼촌이 집에서 분리, 독립에 성공한 이야기는 그래서 반갑다. 삼촌은 생각보다 잘 지냈고, 엄마와 할머니의 삶의 질도 높였다. 저자는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영원히 오지 않으니, 일단 독립부터(206쪽)”하라고 적극적으로 권한다.저자는 마지막으로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망상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조현병 당사자의 믿음은 왜 망상이냐(224쪽)”는 가족 자조모임에서 만난 이의 말을 들려주며 ‘장애’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삼촌의 ‘손상’이 심각한 ‘장애’가 된 것은, 어쩌면 삼촌 탓만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선택지가 좁은 환경, 조현병을 향한 낙인과 편견 때문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새로울 것 없이 뻔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기에 낡은 질문은 아니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커버이미지)
    [인문]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 임자헌 지음
    • 책과이음
    • 2024-02-19

    “세상의 시간을 어기고 늦깎이로 한문에 뛰어들어 과거와 오늘을 잇는 다리를 놓기까지!”한문은 우리에게 낯선 학문이다. 한문에 대한 인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오늘날 돌아보기에는 너무 낡은 케케묵은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와 상당히 어려운 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고대한어의 문법과 문형을 기초 삼아 중국과 한국, 일본, 그밖에 아시아 여러 나라가 사용한 글을 한문이라고 한다. 일단 한문은 정해진 문법이 없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지만 외형적으로 이것이 문법이고 정확히 이 체계로 문장이 쓰인다고 말할 수 있는, 겉으로 드러난 문법이 없다. 그래서 《논어(論語)》와 《맹자(孟子)》 등 기초가 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달달 외우면서 그 안에 내재된 문법을 체화해가는 방식으로 이 언어를 익힌다. 한문은 또한 문장부호가 없고 띄어쓰기도 없다. 죽죽 내리닫이로 글자만 있다. 체화한 문법으로 내리 글자만 있는 글을 보면서 그 안에 숨겨진 띄어쓰기도 찾고 문장부호도 찾으며 글을 읽어야 하니 당연히 학습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늦은 나이에 한문번역이라는 길에 뛰어든 작가에게 한문 공부는 예상만큼 어려웠다. 나이가 많고 전공한 배경이 없어 한계가 있을 거라는 말도 꽤 많이 들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하든 스스로 선택했으니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걷자고 생각하며 묵묵히 걸었다. 때론 초라한 시험 성적 앞에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고, 때론 막막한 공부에 한숨이 나왔지만, 한문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친구이자 스승이자 거울이었다. 게다가 한문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저 고루하다고만 생각했던 공자와 맹자의 말에 무릎을 치며 탄복하기도 했고, 백성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흔히 우리가 무시하곤 하는 옛사람들의 사고는 오히려 오늘날보다 체계적이고, 더 높은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며,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작가에게 여전히 한문은 어렵다.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번역이 망설여지는 대목도 많다. 그러나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애쓰면 한문이라는 창을 넘어 한문으로 가려진, 우리가 진짜 바라보아야 하는 세계가 보인다. 《논어》 원문에는 ‘溫故而知新(온고이지신)’이라는 말이 있다. ‘溫故(온고)’와 ‘지신(知新)’ 사이에 ‘而(이)’가 있는 것이다. ‘而’라는 다리가 놓여서 비로소 둘은 연결된다. 만약 이것이 없다면 온고는 온고일 뿐이고 지신은 지신일 뿐이다. 작가는 옛글을 번역하는 사람이 바로 ‘而’라는 접속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한문이라는 창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며 번역해 세상에 전달하고, 거기서 발견한 새로운 생각을 다시 세상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에 잇대어야 비로소 과거는 제대로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공부한다. 이 책은 세상의 시간을 어기고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해 한문번역가가 된 작가의 좌충우돌 공부 편력기이자, 지금도 어딘가에서 남과 다른 자신만의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풀어놓는 소소한 기록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낭만주의와 삶의 낭만성 (커버이미지)
    [인문]낭만주의와 삶의 낭만성
    • 김경미 외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24-02-19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이자포기할 수 없는 가치,낭만을 좇다이룰 수 없는 사랑, 둘러앉아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인생을 토론하는 대학 생활.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낭만이다. 정치적으로는 프랑스 혁명에서 낭만을 찾을 수 있다. 혁명에서 모토로 내세운 ‘자유, 평등, 박애’는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이자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도착 불가능, 성취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동경. 이처럼 우리는 낭만주의 속에서 살아간다.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우주를 파헤치고, 초연결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량의 정보를 주고받는 등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도로 발전된 기술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 정신의 본능은 가시적인 것 너머를 생각하고 꿈꾸는 데 있다.낭만주의는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이성이 파악하지 못하는 세계, 직관과 상상력으로 그 너머의 무한한 세계를 동경한 것이다. Academia Humana는 그러한 정신적 삶과 문화를 지향하는 모임이다. 그곳에서 문학, 철학을 전공한 아홉 명의 교수가 만났다. 근원적인 결핍에 대한 거룩한 슬픔으로서의 낭만성을 연구하며 유한과 무한, 순간과 영원, 결핍과 충만의 비밀에 대한 각각의 사유를 다듬어 엮었다. 신학에서부터 미술, 음악, 신화,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찾아낸 삶의 낭만성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본능을 일깨운다.1장에서는 신학에서 찾은 낭만주의 요소로 ‘거룩한 슬픔’을 주제화했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부분이 전체를 동경하나 온전히 채워질 수 없어 슬픔 혹은 비애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2장 ‘독일 낭만주의 문학’에서는 무한성에 대한 동경과 유한한 세상 간의 긴장을 아이러니로 표현하면서 유한성에 머물러 있는 시선이 보지 못하는 의미를 파헤친다. 괴테, 노발리스, 티크, 호프만의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낭만적 사유를 분석한다.3장에서는 영국 낭만주의 문학 중에서도 워즈워스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낭만성을 멜랑콜리적 감수성으로 규정한다. 멜랑콜리는 부정적 느낌이지만 그 힘으로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낭만적 느낌이자 이기적 숭고함이라는 것이다. 4장 ‘선비의 낭만, 선비의 음악’은 한국의 낭만적 감수성을 음악과 연결 지어 풀어낸다. 음악과 함께 생활하며 풍류와 선유에서 심미적 쾌락을 누리고 인격의 완성을 지향한 선비는 논리적 학문과 예술을 종합한 존재라 할 수 있다.5장에서는 요사부송의 하이쿠를 통해 일본의 낭만주의를 자세히 살펴본다. 삶을 무한히 긍정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하이쿠는 현세적 만족으로 이어진다. 권력에 대한 반기로 광기가 등장해 상실과 향수로 귀결되었으나 그 가운데는 마음의 본향을 향한 동경이 있었다. 6장은 팬데믹을 인간의 탐욕과 기술의 산물로 보고 낭만적 시와 새로운 신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한다. 신화로의 회기는 곧 자연으로의 복귀이다.7장은 상투의 나라를 개성, 동경, 혁명, 열성의 낭만적 감정과 의지로 변화시키려고 한 선교사 릴리어스 호튼의 헌신을 다룬다. 여성 선교사의 의료 및 교육 봉사는 유교 문화에 짓눌려 있던 조선 여성의 정신을 일깨움으로써 새 시대를 여는 데 공헌했다. 8장은 19세기 낭만주의 미술 중 뒤러의 작품 ‘멜랑콜리아’를 낭만성의 기원으로 보고 고야, 터너, 들라크루아,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에 깃든 낭만성을 펼쳐 보인다. 쉽게 접할 수 없는 23개의 그림을 친절하게 해석하며 포스트 휴먼 시대의 미술을 향해 몸에 대한 재성찰을 요구한다.Academia Humana 회장인 계명대학교 신일희 총장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지만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추구해야 하는 것’이 낭만성의 중핵이라 말한다. ‘나는 왜 전체가 아니고 개인일 수밖에 없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나온 사유는 반복되는 습관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정신을 일깨운다. 현대인은 유사 이래 최고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무의미, 허무와 싸우고 있다. 삶은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요구한다. 그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을 낭만과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세계를 낭만화하라. 그러면 근원적인 의미(den Ursprunglichen Sinn)를 되찾을 것이다.”(Novalis 1977, 334)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1 2 3 4 5 6 7 8 9 10